"환자 목숨, 醫·政 갈등에 희생돼도 좋을만큼 하찮지 않다"

입력 2024-03-25 18:28   수정 2024-03-26 01:13

“항암치료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파업 때문에 2주 정도 미뤄졌습니다. 급히 외래를 잡아서 진찰했더니 (암이) 재발했습니다. 암세포를 녹이는 항암치료를 두 달 더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조금 더 미리 검사받았으면 재발까진 안 됐을 텐데, (의사들이) 원망스럽고 너무 힘듭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등 9개 환자단체가 함께하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25일 공개한 환자 피해 사례다. 전공의들이 환자 곁을 떠난 지 한 달이 지난 데다 의대 교수들까지 집단사직 대열에 동참하면서 제때 치료받지 못해 피해를 보는 환자가 속출하자 환자단체들이 의사들의 병원 복귀를 호소하고 나섰다.

연합회는 성명서를 통해 “환자의 불안과 피해를 가중하는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 장기화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의료진의 빠른 복귀는 물론이고 양측이 각자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서가 아닌, 환자 중심의 의료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의대 교수들마저 의료 현장을 떠난다면 환자들의 피해는 걷잡을 수 없어질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연합회는 “전공의가 사라진 병원에서 그나마 교수와 전임의, 간호사 등 남은 의료진이 버텨줘 환자들도 이만큼이나마 버텼다”며 “환자 목숨은 의정(醫政) 갈등에 희생돼도 좋을 하찮은 게 아니다”고 토로했다.

연합회는 지난 2월 26일부터 3월 20일까지 9개 소속 환자단체 회원을 대상으로 환자 불편과 피해 사례 모니터링을 시행한 결과, 31명의 환자가 진료 연기와 취소로 인한 불편함을 겪고 있다고도 밝혔다. 흉부에 찬 물을 제거하기 위해 관을 삽입해야 하는데, 처치를 담당할 전공의가 없어 약물 치료하고 있다는 한 폐렴 환자의 사례도 접수했다.

연합회는 “늘 질병과 싸우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이 모든 상황이 엄청난 스트레스 요인일 수밖에 없다”며 “의료계와 정부는, 정말로 환자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해 죽어 나가는 상황이 돼서야 이 비상식적인 사태의 종지부를 찍을 셈이냐”고 반문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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